Document/아름다운이야기

혼자 보기 아까운 글 : 주봉이

멋쪄  2012. 5. 28. 12:00
혼자 보기 아까운 글 : 주봉이

중학생때 친구 주봉이의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이었다. 친구들이 그의 이름과 아버지 직업을 빗대어 "봉 걸레는 빨아도 걸레!" 라고 놀릴 때마다 주봉이는 미소만 지었다.

주봉이는 효자였다. 어느 해 겨울, 아버지가 폭설이 쌓인 비탈진 뒷골목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리어카에 깔리고 말았다. 그때 주봉이는 아버지 일을 6개월 가까이 혼자 해냈다. 주봉이 나이 열여섯이었다. 가난 탓이었을까? 주봉이는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직업 전선에 나갔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 몇 년 전, 느닷없이 주봉이한테 전화가 왔다. 어른이 된 주 봉이 얼굴에는 관록과 품위가 묻어났다.

주봉이는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따. 졸업 후 동네 건물을 청소하며 생활비를 벌었단다. 한데 타고난 성실성이 옆집 건물주 눈에 뛰고, 그 다음 엔 옆집의 옆집의 사돈네까지 소문이 퍼져서 지금은 대형 빌딩 50여개를 청소하는 큼지막한 청소용역 회사 사장이 되었다고 했다.

"걸레는 스스로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아. 그것을 든 사람이 창피하다고 여길뿐이지. 더러운 곳을 닦아 내는 걸레 같은 존재야말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걸레" 라는 별명이 자랑스러워"

몇 달 뒤 신문에 주봉이 사진이 실렸다. 환경미화원 자녀에게 매년 장학금을 주는 공로로 상을 받았따는 기사였다 "걸레"라는 별명을 훈장처럼 여기며 상라가는 주봉이는, 음지에서 묵묵히 세상을 빛나게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아니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여아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